결혼과 출산이 ‘선택’이 된 시대, 특히 90년대생들의 결혼·출산 기피 현상은 단순한 개인 취향이 아닌,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들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를 경제, 사회, 가치관 측면에서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을 고민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봅니다.
“결혼은 선택”이라는 당연한 인식의 변화
과거에는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90년대생들은 결혼을 ‘선택’의 영역으로 인식합니다. 결혼은 더 이상 생존이나 체면을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과 가치에 따라 결정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된 것이죠.
특히 여성의 교육 수준 상승과 경제활동 증가로 인해 결혼을 통해서만 안정된 삶을 얻는 구조가 깨졌습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혼자서 잘 살 수 있다”는 자립적 가치관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결혼의 ‘필요성’ 자체가 희미해졌습니다.
또한 SNS나 미디어의 영향으로 개인의 자유, 자기계발, 취미생활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결혼’이 오히려 자신의 삶을 제한하는 제도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현실적인 가장 큰 벽, 경제적 불안
90년대생이 사회에 진입한 시점은 부동산 폭등, 물가 상승, 비정규직 확대, 청년 실업률 증가 같은 문제들이 겹친 시대였습니다. 특히 집값 문제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결혼을 하려면 최소한의 주거 공간이 필요하지만, 서울은 물론 수도권 대부분의 집값이 수억 원을 넘어서면서 전세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출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평균 3억 원이 든다는 통계까지 나오면서, 출산은 ‘사랑의 결과’가 아닌, ‘재정적 능력의 결정’처럼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결혼 이후 여성의 경력 단절, 육아 부담의 여성 편중, 여전히 남아있는 양성 불평등 구조는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회의감을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관계에 대한 회의
90년대생은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회적 충격을 겪으며 성장한 세대입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불확실한 미래’에 익숙해진 세대로, 안정적인 미래를 전제로 한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들은 연애와 결혼 사이에 존재하는 현실적 간극을 누구보다 명확하게 인식합니다. ‘연애는 행복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처럼 결혼은 결국 감정이 아닌 경제력과 책임의 문제가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족 내 불화, 이혼 가정의 증가 등 관계의 파괴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도 많기 때문에 관계 자체에 대한 신뢰감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90년대생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그건 불안정한 일자리, 터무니없는 집값, 무거운 양육 비용, 그리고 자유를 침해받는 제도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생존 전략입니다.
이제 결혼과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함께 삶의 안정과 미래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출산 장려 정책을 쏟아부어도 실질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진짜 변화를 만들려면, 단순한 혜택이 아닌 ‘삶 전체의 구조’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음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부담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