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서울은 비싸다”며 지방으로 이주를 고려하지만, 정작 가난할수록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 역설적인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생활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왜 저소득층일수록 서울에 머무는 게 유리할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일자리, 복지, 인프라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서울이 비싼 도시? 맞지만 기회도 많다
서울은 확실히 비쌉니다. 전세, 월세, 식비, 교통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죠. 그래서 "돈 없으면 서울 떠나라"는 말도 흔히 들립니다.
하지만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왜냐하면 가난할수록 오히려 서울에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기 때문이죠.
첫째, 일자리의 양과 질입니다. 서울은 전국 인구의 약 18%가 몰려 있는 동시에, 전체 일자리의 약 30%가 몰려 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배달, 플랫폼 노동 등 저소득층이 접근할 수 있는 단기·비정형 일자리의 수도 서울이 압도적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는 배달만 해도 하루 몇만 원에서 수십만 원을 벌 수 있지만,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수요 자체가 없어 아예 일감이 없거나 수입이 크게 줄어듭니다.
서울은 복지 인프라와 혜택이 집중된 도시
서울시의 복지 예산은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등을 위한 맞춤형 복지 프로그램이 다양하며, 저소득층 청년 대상 주거 지원, 교육비 지원, 교통비 할인 등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희망두배 청년통장,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이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아예 없거나, 예산이 적어 경쟁률이 너무 높습니다.
또한 서울의 의료 인프라는 전국 최고입니다. 대형 병원 밀집도, 응급의료 체계, 건강검진의 접근성 등 특히 취약계층에게 중요한 ‘공공성’ 기반 인프라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잘 갖춰져 있죠.
가난한 사람에게 더 중요한 ‘접근성’
소득이 낮을수록 자가용 없이 움직여야 하므로, 대중교통 접근성은 생존과도 직결됩니다. 서울은 세계 최상위 수준의 지하철과 버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자차 없이도 원하는 곳에 빠르고 싸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지방에서는 차 없이는 일자리도 병원도 접근이 어려워 교통비가 도리어 더 크게 부담됩니다. 실제로 지방에서 최저임금으로 일하며 자차 유지비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한, 문화·교육 시설도 서울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어, 자녀 교육을 고려해도 지방보다 훨씬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무료 강의, 도서관, 창업 프로그램 등 공공 자원이 많아, 적은 돈으로도 더 많은 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서울은 분명 물가가 비싸고 주거비가 큰 부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가 집중된 도시이기도 합니다.
일자리, 복지, 의료, 교육, 교통… 삶의 기초를 이루는 거의 모든 것이 서울에 밀집돼 있고, 이 요소들이 ‘가난을 벗어날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